ABOUT EXHIBITION
JW 아트 갤러리와의 인연은 우연보다 필연에 가까운 느낌이다. 기획자 주체가 작가를 발견하는 일은 연인에 대해 고심하는 것과 비슷한 깊이가 아닐까 한다.
이지수 디렉터님으로부터 개인적인 연락을 받았어요. 제가 그린 작품들을 오랫동안 지켜보셨다는 말씀과 함께, 개인 전시를 제안해 주셨죠. 그동안 작은 전시는 여럿 참여했었는데, 저만의 기획전은 처음이에요. 긴장은 물론이고 설레고, 떨리고, 동시에 욕심도 많이 나요.
작품과 작가가 전시의 5할이라면 나머지는 그 모든 순간이 결집하는 공간이라고 믿는 한사람이다. 처음 JW아트 갤러리에 방문했는데 공기가 묘했다.
공간이 정말 예뻤어요. 창도 크고 해도 잘 들고, 맑은 분위기가 마음을 사로잡았죠. 공간과 어우러지는 작업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긴장을 늦추지 못한 채 기획하고 구상하고 있어요. 디렉터님과 대략적인 구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너무 밭은 간격으로 많은 작품을 보여주는 것보다 품과 여유를 두고 관객들이 넓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방향이 좋겠다고 의견이 수렴됐어요.
풀림의 그림에는 ‘도시'와 ‘자연’이라는 두 상반되는 키워드가 있다.
도심 속 자연을 바라보는 우리 시선의 동질감을 저만의 방식으로 풀어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잘 조성된 자연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보기도 하고, 패턴처럼 정렬한 초록의 프리즘을 통해 자연의 인공성을 곱씹기도 했지요. 같은 주제 아래 완전히 다른 작업이 나왔어요. 풍경화의 구상도 좋지만 풀바다 시리즈를 통해서는 추상을 통해 제 생각을 전달해 보고 싶었죠.
왜 ‘도심 속 자연’인가.
이를테면 야생으로 캠핑을 떠났을 때 만나는 자연 앞에서는 도리어 무서운 감정이 앞서기도 해요. 아무런 가공이 되어있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자연은 인간을 압도하는 만큼 공포가 되기도 하죠. 어쩐지 나를 통째로 집어삼킬 것만 같고, 다듬어지지 않은 그 안에 어떤 위험이 도사릴지도 모르고요. 내가 정녕 편안함을 느끼는 자연은 사람들에 의해 잘 다듬어진, 인공의 정원 같은 것들이 아닐까. 이런 내 생각을 작업으로 펼쳐보면 재밌겠다 싶었죠.
이번 전시에서 보이는 초록은 그 깊이가 사뭇 다르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간직한 풀림의 화두라면.
지금까지는 맑고 밝은 자연을 그렸거든요. 이번엔 그동안의 행적에 변주를 더하고 싶어 초록의 색감이 가진 넓은 스펙트럼에 집중했어요. 같은 녹색 범주 안에서도 초록이 재현할 수 있는 느낌은 무궁무진하잖아요. 그린을 어떻게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이번엔 짙고 어둑한 녹색으로, 조금 더 차분하고 습도 가득한 자연을 묘사해 보고 싶었어요. 구도 측면에서도, 저의 개인적인 제작 측면에서도 조금 다른 시선을 보여드리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