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WORK
《LIGHT’S ALL RIGHT》라는 전시명을 2018년 대림창고에서 개인전을 열면서 선보이기 시작했어요. 이후 2022년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유리도예과 졸업 작품 전시회와 이번에 지웅아트갤러리에서 여는 개인전에서도 같은 전시명을 내걸고 있는데요. 수년간 작가님의 작품관을 표상한 ‘LIGHT’S ALL RIGHT‘라는 주제는 어떻게 착안하게 되었나요?
이지수 디렉터님이 지어준 ‘LIGHT’S ALL RIGHT‘라는 주제로 대림창고 갤러리 전시를 열면서 본격적인 작가로 데뷔할 수 있었어요. 당시 대림창고 갤러리에서 이 디렉터님이 '빛'을 다루는 전시를 기획했는데 네온으로 창작 활동을 펼치는 작가를 찾다가 저를 발견했대요. 네온으로 작품을 만들어서 세상에 알릴만한 기회를 갈망했지만 먼 이야기인 것만 같아 막막했었는데 그 연락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나름 방법을 찾고 찾다가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입학해 미술사학 등을 배우고 있었거든요. 대구 빌리웍스 아트 앤 스튜디오에서 연 《WISH》전도 이지수 디렉터님이 기획했는데 이 전시의 주제명도 함께 지어주었지요. 유리 같은 다양한 매체를 보다 심도 있게 다루려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게 좋겠다는 조언도, 대학원에서 만든 첫 작품에 붙인 <하울링>이란 이름도 이지수 디렉터님이 제안해 주었고요. 저에 관해 “마음으로 낳은 작가”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열정을 쏟아준 정말이지 감사한 인연이지요.
이번에 지웅아트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도 이지수 디렉터님이 기획했다고 들었어요. 이렇듯 각별한 인연으로 시작된 ‘LIGHT’S ALL RIGHT‘라는 주제로 수년간 작가님의 작품관을 표상해왔는데요. 이 주제에 관해 어떤 철학이 생겼나요?
저는 ’LIGHT’S ALL RIGHT‘라는 주제를 “네온(빛) 즉 LIGHT는 언제나 옳다”라는 의미로 생각해요. 네온은 화려하면서도 우울한 특성과 무드를 지녔어요. 퇴폐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었으면서도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도 소환되지요. 오늘도 거리에서 보이지만 다음 세기에는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는 지금의 매체이자 낡은 매체로 인식되고 있고요. 네온을 생업과 작업으로 지속하면서 이러한 빛과 그림자 같은 양가적인 네온의 측면들을 경험했거든요. 네온의 화려한 이면엔 이런 생존권에 대한 불안이 늘 드리워져 있었지요. 제가 지금까지 직업으로 네온을 제작하는 긴 시간이 3년 흥하면, 5년 쇠하고, 4년 흥하면 다시 5년 망하는 ‘흥망성쇠’의 반복이었어요. 오일 쇼크, IMF 같은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바뀌는 에너지 정책에 옥외광고 법규는 밀접한 영향을 받아요. 상업 네온 작업자로서 순수 미술을 작업하는 과정에서 비주류를 대하는 주류의 부정적인 편견도 수없이 겪었고요. 이런 시련과 고난들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희망이자 동력이 저에게는 네온이었어요. 한 마디로 “나는 네온으로 살았고, 네온은 나를 살렸다”는 경험에서 ‘LIGHT’S ALL RIGHT‘라는 주제를 발화한 것이지요.
이런 네온의 양가적인 의미와 매력은 모순적인 삶과 세상과도 닮아 있는 것 같아요.
살면서 부조리가 일으키는 절망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분명히 필요해요. 저에게는 삶이 미생이듯 네온도 미완성이었어요. 예술로서의 네온을 작업하려고 여러 매체의 기법을 배우고 시도하고 실천했지요. 네온으로 진화하면서 예술은 현실의 문제를 극복하고 타자에게 유익을 주고 현실의 사회적 문제에 대해 비판의식을 갖는 등의 창조적 활동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타의가 아닌 자발적 의지로 작업하고,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을 주고, 독창성과 보편성을 인정받는 걸 행복한 예술가로서의 이상향으로 여겨요.
"여러 매체를 공부해서 다양한 표현으로 현실의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이 예술"이라고 말씀하셨어요. 비단 네온의 상업적·표현적 한계를 극복하는 외연 확장뿐만 아니라 작가님의 네온 인생에도 적용되는 개념 같은데요?
네온을 광원으로 활용해 빛의 반사, 굴절, 투과 같은 유리의 물성을 융합한 조명등, 여러 매체를 접목한 표현과 기법으로 순수미술로 나아가는 네온 라이트 아트. 이 두 가지 축을 해결 방안으로 연구하며 작업한 작품을 이번 《LIGHT’S ALL RIGHT》전에서 선보여요. 삶의 문제와 고난 극복에 대한 ’희망‘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소망에 대한 ’염원‘을 빛으로 형상화한 《WISH》전(2019. 12, 대구 빌리웍스 아트 앤 스튜디오)의 연장선상을 그리고 있지요. 이지수 디렉터님이 저의 정신적 중심의 매개체인 비천상(飛天像)에서 영감을 얻어 《WISH》라는 전시명을 지었는데요. 에밀레 종에 새겨진 비천상으로 네온 양식으로 발화한 저의 ‘염원’을 표현했어요. 에밀레 종 전설 속에서 갓난아기를 시주했던 간절한 바람과 희망을 향한 열정은 이번 전시에도 이어지고 있지요. 어머니의 실천적 희생과 사랑을 기린 <모정, 그리고 사리리 663>와 헤파이스토스의 장인 정신을 나타낸 <부활> 두 작품에서요. 네온의 전성기가 기적처럼 돌아오길 바랬던 저 또는 누군가가 희망하는 ‘염원’과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창작이란 원동력을 생성해 나가면서 저의 상실감이나 절망감을 극복했고 그 자리를 희망으로 채운 거지요.
어머니의 인생을 형상화한 매화, 노스탤지어가 깃든 고향 산골의 사계, 살피며 지켜야 할 독도를 작품 <선규화>, <사라리 663>, <절대주의, 방심금물>로 나타냈어요. 사적인 유년의 감성에서부터 사회적 현상까지 자연에 투영하는 주제가 다채로워요.
자연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려고 노력해요. 자전거로 다닌 거리가 30만km가 넘어요, 일요일 마다 아내와 MTB(산악 지형용 자전거) 라이딩을 하고요. MTB를 타면서 늘 산을 오르지요. 그 정상에서 보는 산의 조형미에서 작품을 착안했던 것들을 대학원에서 유리를 전공하면서 구체화했어요. 저는 경북의 오지 산골에서 태어나고 자랐어요. 개구쟁이 친구들과 봄, 여름, 가을, 겨울 신나게 뛰놀았지요. 산과 강과 들을 접하고 있어서 수영하고, 고기 잡고, 뒹굴며, 땡볕에 잠자리, 매미, 메뚜기 잡으러 뭉쳐 다녔고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대 전까지 부모님을 도와 2년을 농사도 지었는데 그때 어머니께서 많이 편찮으셔서 객지로 나가지 못하고 농사를 지으며 어머니와 많은 얘기를 했는데 그때의 기억과 경험이 작업의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저에게 자연은 나를 키워준 엄마의 품처럼 늘 친근한 존재이지요. 향후 산 시리즈로 유리 평면과 입체작업을 할 계획입니다. 네온, 유리, 돌을 이용한 입체적·부조적 조각, 유리에 부조 기법을 적용한 회화, 유리 색면 추상 등을 시도해 보고 싶어요.
앞서 이야기한 ‘네온의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고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타 매체와의 융합을 통한 조명등 작품, 순수미술 작품을 구상해 선보이는데요. 상업적 네온을 제작하며 느꼈던 현실적 한계는 무엇이었나요?
네온의 현실적 한계는 상업적인 매체로만 인식된 점과 시대의 흐름에 의해 시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는 점이지요. 그래서 네온의 고유한 목적을 확장하려고 해요. 그 확장의 방향이 순수미술과 조명등이고요. 네온의 단점으로는 깨지는 것과, 아무나 제작할 수 없다는 점, 네온을 켜기 위한 소재들이 발전되지 못했다는 점이 있어요. 한편으로는 개인적으로 네온의 제일 큰 장점은 방금 말했지만 ‘빛이 지닌 감성적인 느낌’이라고 생각해요.
라이트아트의 범주에서 네온을 매체로 개념 작업을 펼쳐온 해외 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보면서 기존 상업 네온 기법의 평면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걸 발견했다고 들었어요. 이를 통해 어떤 개념을 도출해서 네온관을 입체적이고 조형적인 표현양식으로 발전시켰나요?
그분들은 자신의 개념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가장 좋은 매체가 네온이라고 선택했어요. 다시 말해 개념에 중점을 두었기에 네온 양식의 기존 틀 안에서 그들의 표현을 한 거예요. 개념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대가들의 양식이라면 저는 네온 전문가로서 쌓아온 기술력으로 표현 양식을 고민한 것이지요. 기존 작가들이 적용했던 네온의 표현 양식은 상업적 네온사인의 양식과 동일했어요. 다시 말해 작품에 쓰인 네온관들이 기존의 관(튜브) 형태를 벗어나지 않았어요. 네온관을 의도의 형태가 드러나도록 조형적으로 표현하는 양식을 창작하고 싶었어요. 그 지점에서부터 저의 작품 <피어나리>와 <선규화>의 입체적인 조형 언어가 출발했지요.
관심 있게 살펴보게 되거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작가들이 있나요?
댄 플라빈, 올라퍼 엘리아슨, 제임스 터럴, 트레이시 에민, 브루스 나우만, 이반 나바로 작가의 작품을 많이 살펴보았어요. 국내 작가로는 라이트와 키네틱을 동시에 구현하는 최우람 작가를 관심 있게 보고 있어요. 특히 요셉 보이스의 예술관에 공감해요. 인간에 대한 애정, "예술을 통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시대정신이 정말 좋아요.